[10호/2022.12][ 인터뷰 단체 ] 홈리스는 그림자가 아니다

평화저널 플랜P
2023-03-09



홈리스는 그림자가 아니다


인터뷰이 이동현, 로즈마리 홈리스행동 활동가

정리·글  강혁민 플랜P 편집위원

사진 김유승 플랜P 편집장, 홈리스행동 제공

 

빈곤이 상대적이라는 수식어는 적절하다. 현대사회에서 빈곤은 더 이상 특정 영역의 절대적 기준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대적 빈곤은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형태로 유지 및 생산된다. ‘홈리스Homeless’는 바로 그 절대적 빈곤의 대표적 예다. 홈리스는 내 집 마련에 실패한 무주택자들과 구분되어야 한다. 빈곤에 허덕이는 홈리스들은 자본주의의 확장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의해 희생양이 되어 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지칭한다. 빈곤이 일상이 되어 삶의 의지를 위태롭게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주장할 수 있을까? 이번 호의 단체 인터뷰는 구조적 모순에 의해 홈리스가 된 이들을 돌보고 이들의 주체적 행동을 조직하는 ‘홈리스행동Homeless Action’이었다. 이동현, 로즈마리 활동가로부터 절대적 빈곤에 갇힌 이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홈리스행동은 홈리스 상태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에 기인하며, 신자유주의가 확대될수록 홈리스 문제는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홈리스행동은 어떤 단체이고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해 오셨나요?

(로즈마리) 홈리스행동은 홈리스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도움을 주는 조직체입니다. 경제적 문제와 주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돕고 홈리스들이 기초수급을 받게 해준다든지, 또는 장애 등록도 해주고요. 일 년에 한 번씩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추모제를 하기도 해요. 이사 가면 이사를 도와준다거나 나이 먹고 오갈 데 없으면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기도 하고요. 아픈 사람들을 데려가서 치료받게 해주고, 옷이 없는 사람들에게 옷도 지원해 줍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상황이 조금 완화되면 더 나아질 거예요.


이동현  홈리스행동은 2001년에 만들어졌어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멤버십을 가지고 활동하듯이 저희는 홈리스들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홈리스 당사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만든 단체인데, 당사자들이 그들의 권리 의식을 갖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북돋는 일이 사실 쉽지는 않더라고요. 당장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기도 하고요. 또 홈리스라는 정체성이 긍정적인 정체성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숨기고 싶어 하기도 해요. 아픈 과거사로 돌리고 싶어하시고요. 이런 실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홈리스들의 권리의식과 조직화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20여 년을 뒤돌아보면 적어도 후퇴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현장 활동, 미디어 매체 활동, 야학, 그리고 연대 활동입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이 현장과 야학 활동입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네 가지 활동에 대해서 좀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동현  홈리스는 구조적인 빈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구조적이기 때문에 홈리스 당사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 단체가 다루려는 문제는 철거민 조직의 문제고, 기초보장제도와 연관된 문제고, 따라서 당연히 주거와 관련된 문제, 의료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요. 한국 사회 빈곤 문제들이 다 이렇게 골고루 좀 섞여 있는 문제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활동들을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서 ‘홈리스 인권 지킴이’라고 해서 금요일마다 거리에 나가서 당사자분들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여러 단체에 상근하는 활동가들이 같이 참여하고, 또 홈리스 당사자분들도 같이 참여하는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다음에 저희가 정책 대응 활동 같은 것들 함에 있어서 주거팀, 인권팀, 추모팀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그것도 10여 개 단체가 같이 참여해서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야학 같은 경우는 저희가 2010년에 개교를 했어요. 그 이전에는 맹아적인 형태의 주말 배움터라든지 문화권 증진을 위한 문화 행동 같은 활동도 했지만, 학교 형태로는 저희가 공간을 만들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12년째 진행을 하고 있고요. 저희는 생활 야학이에요. 한글이라든지 영어라든지 이런 학습도 하지만, 홈리스 상태에 대해서 바로 이해하기 위한 권리를 주제로 한 두 가지 수업들이 있고 이건 필수예요. 그리고 그 외에 문화 활동으로서 합창이라든지 만들기라든지 컴퓨터 기초 활용 이런 것들을 진행합니다. 지금 수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편성이 되어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학생모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고요. 그래서 많지는 않습니다. 학생이 25명 정도 되고, 교사가 한 30명 정도 됩니다. 오히려 교사가 더 많은 그런 구조이고, 전부 다 자원 활동으로 운영됩니다.

미디어 매체 활동은 ‘홈리스 뉴스’를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것이고요. 연대의 경우에는 상설연대체와 시기별 연대체가 있습니다. 상설연대체는 ‘빈곤사회연대’나 ‘기초법개정공동 행동’, 이런 상설연대체가 있고 시기적으로는 ‘빈곤 철폐의 날’ 또는, 올해 8월 같은 경우는 ‘폭우참사대응공동행동’ 이런 데 같이 참여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홈리스행동이 처음 조직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 어떤 문제 의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셨는지요?

이동현  물론 저는 이 단체를 처음 조직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당시 문서를 보면 홈리스 당사자가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빈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아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서 ‘당사자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험적 당사자만이 이 운동의 주체라는 생각은 배척합니다. 홈리스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홈리스 경험 유무를 떠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당사자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주체 인식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주체라는 것은 홈리스만의 권리 의식이 아니란 말씀이시죠?

이동현  예, 기본적으로 홈리스 당사자들을 주체로 일깨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죠. 홈리스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분해 과정 없이는 권리 인식을 하지 못하니까요. 보통 홈리스들은 현재 상태에 대해서 회개하듯 말을 합니다. 내가 잘하지 못해서, 선택을 잘못해서,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라고 말이죠. 하지만 모든 자본주의 국가 인구의 일정 부분은 다 홈리스 상태로 머물고 있잖아요. 완전고용을 실현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사회적 인식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


(03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상가 5층 500호 공익경영센터 내|대표자 : 김복기
사업자 등록번호 : 749-91-01290|Hosting by (주)아임웹
전화 : 02) 6339-2272|이메일 : pjplanp@gmail.com이메일 복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JPlanP

인스타그램  @pjplanp

Copyright © 2021 평화저널(peacejournal.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