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2023.03][인터뷰/인물] 불편하지만,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평화

평화저널 플랜P
2023-06-05


인터뷰이 : 조미수 평화활동가

인터뷰어 : 박숙영(플랜P 편집위원)

정리·글 : 박숙영

사진 : 김유승

 

불편하지만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평화

 

‘어 커먼 비트’라는 시민 뮤지컬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공연기획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는데, 당시 기획을 맡았던 평화활동가를 인터뷰하게 되어서 무척이나 설레었다. 겨울 끝자락과 이른 봄이 만나는, 어느 오후에 그녀가 선선한 바람과 함께 <플랜P>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제 막 여의도에서 라디오 진행을 마치고 왔다는 그녀의 바알간 얼굴에서도 겨울의 흔적과 새봄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재일동포로 다양한 활동가 이력을 가진 그녀가 풀어 줄 일상의 평화 이야기가 궁금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재일동포 3세이고 지금은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어요. 주로 하는 일은 한국 뉴스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과 KBS 월드 라디오 일본어 방송 ‘금요스테이션’을 진행하는 일입니다.

 

조미수 선생님은 일본에서부터 다양한 평화 활동 이력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그리고 최근에 하고 계신 활동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본에서 국제교류단체인 ‘피스보트(Peace Boat)’ 활동가로 12년간 일했어요. 한국에 와서는 시민 뮤지컬 ‘어 커먼비트(A Common Beat)’ 공연을 기획하는 비영리민간단체 풀울림 공동대표로 2019년까지 활동해왔습니다. 지금 하는 일은, 사단법인 조각보에서 동포 여성들 관련한 활동과 ‘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 (TEPI)’에서의 연구 활동입니다.

 

그동안 해오신 여정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하나씩 여쭈어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재일동포 3세이신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시게 된 과정과 평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3년,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면서 한국에 유학을 왔어요. 1년 동안 공부하고 논문을 쓴 후에는 일본에 갈 계획이었으나 우연히 작은 조직에서 일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결혼하면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일동포 3세로 중학교까지는 민족학교를 다녔고, 자연스럽게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살았어요.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본인이 아닌 다른 정체성으로 살았던 거죠. 일본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살지만, 평생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재일동포 3세로 살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이 많던 대학 시절에, 언젠가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죠. 그때 우연히 피스보트라는 국제 평화활동 단체를 만나게 되었어요. 평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피스보트에서 일하게 된 것은 아니에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이 자연스럽게 저를 평화영역으로 인도해 온 것 같아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이 선생님을 피스보트로 인도했군요. 피스보트는 어떤 곳인가요? 그곳에서 어떤 경험과 배움이 있으셨나요?

청년 시기, 피스보트는 저의 로망이었죠. 우연히 한 장의 세계 일주 크루즈 포스터를 보게 된 것이 계기였어요. 피스보트는 일본의 NGO 단체에서 진행하는 세계 일주 프로그램인데, 일반적 크루즈 여행과는 좀 달라요. 배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평화, 인권, 환경 등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기항지에서 각국의 시민 단체와 연대하여 교류하는 등 평화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항해를 해요. 참여해보고 싶어서 자원봉사자로 지원한 것이 피스보트와의 인연이 되었죠.

 

피스보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1982년 일본 문부성에서 역사 교과서를 수정한 일이 있었어요. 문부성에서 ‘아시아 침략’을 ‘아시아 진출’로 표현을 바꾼 거예요. 그때 한국과 중국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 정부에 항의했어요. 당시 전쟁 경험도 없고, 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몇몇 대학생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항의에 대해 궁금해했어요. 일본에 항의하는 주변 아시아 국가에 가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로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배를 빌려 아시아 나라들을 방문하게 돼요. 그것이 피스보트의 첫 출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피스보트에 참여하면서 몰랐던 세계 역사도 알게 되고, 평화란 무엇인지 배우게 돼요. 베트남에 가게 되면 베트남 전쟁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직접 만나보고 배워요. 저는 피스보트에서 기획을 맡아서 일했어요. 현지를 답사하는 세계 일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넓은 세계와 역사를 배우고 평화롭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어요. 항해는 3개월간 지속되는데, 그러다 보면 1년에 3개월 정도 일본에 있고 나머지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해도 있었어요. 그렇게 지구를 여섯 바퀴 돌았던 것 같아요. 피스보트와 첫 인연을 맺은 때가 24살부터이니까 피스보트에서 저의 젊음을 불태운 셈이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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