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2021.12][배움] '센 언니'들의 리스펙트 배틀과 '아는 형님'들의 노 리스펙트 예능

플랜P
2022-01-09


글  박은경 피스모모 평화교육 진행자,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 연구위원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자신의 욕구와 목소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여성들. 누군가는 거리를 두며 ‘기 센 (나쁜) 여자’라는 맥락에서 ‘센캐’, ‘센 언니’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멋지면 언니’라는 맥락에서 ‘센 언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센 언니’는 여전히 불편한 여성에 가깝다. 자기 중심적이고 불친절하며, 특히 남성들에게 공격적일 것 같다는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센 언니’의 이미지를 가진 여성이 등장하면 남성 출연자들이 쩔쩔 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웃음을 유발하거나 그 여성이 보기와 다르게 ‘천생 여자’라고 구태여 말을 붙이는 식이다.

8월 24일부터 10월 26일까지 9주간 방영된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는 ‘센 언니’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이용하며 시작했다. 첫 화에서 <스우파>는 ‘적자생존’, ‘약육강식’, ‘정복과 굴욕’과 같은 자막을 띄워가며 ‘잔혹한 스트릿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 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생존 경쟁’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엠넷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2021년 여름, 춤으로 패는 여자들이 온다!’, ‘여자들의 춤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춤이라는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기 센 여자들의살벌한 전쟁터를 떠올리도록 이미지화하며 프로그램을 론칭한 흔적이다.

실제로도 출연자들은 서로를 가차없이 평가하고 기 싸움을 하며 첫 번째 미션인 ‘노 리스펙트No Respect 약자 지목 배틀’을 시작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약자 지목 말고도 자신이 겨뤄보고 싶은 댄서, ‘리스펙트’ 하는 댄서를 지목하면서 ‘약자 지목 배틀’의 성격을 자신들의 기준대로 바꾸어갔다. 출연자들 모두가 승부욕을 불태우면서도 <스우파>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초기의 의도였던 잔혹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닌, 합의된 규칙 아래 서로를 존중하며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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