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2022.06][인터뷰/단체] 성소수자부모모임

평화저널 플랜P
2022-07-06



너에게 가는 길

그리고 너와 함께 가는 길


인터뷰이 : 김진이(활동명 지인,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 심리상담사, 한양대학교 인권센터 부교수)

사진 : 박숙영(플랜P 기획위원)

정리·글 : 김유승(플랜P 편집장)


매년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이다. 이 날은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국제적으로 혐오 반대의 날이 제정될 만큼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징후는 전방위적이다.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대되면서 한국은 이제 G8으로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기사가 쏟아진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펜데믹 속에서도 자칭, 타칭으로 불려진 ‘선진국’이라는 말은 입에 문 사탕처럼 달콤했다. 사탕이 녹으면 깨물어 먹어야 제맛이다. 그런데 제맛을 볼라치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단물이 사라지니 금새 입안 텁텁해온다. 한국은 과연 선진국일까? 고개가 갸웃거린다. 국회 앞에서는 15년째 유예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법은 성별·인종·종교·장애·연령·학력·성정체성 등등을 이유로 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지난 15년간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극렬한 반대 속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 차별 정황이 깊숙이 배어났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지인님을 만난 것은 해가 부쩍 길어진 어느 봄날 오후였다.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계신 지인님께서 퇴근 후 플랜P 사무실을 방문해주셨다. 인터뷰를 앞두고 찾아본 여러 영상과 글을 통해 미리 만나 뵈었던 터라 초면이지만 낯설음 없이 티키타카하며 진솔한 대화를 이어갔다. 자식의 일이라면 부모는 늘 애가 끓는다. 당사자가 직면하고 헤쳐가야 할 세상의 장벽들도 태산이지만, 태산을 넘어갈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도 이미 천길 낭떠러지다. 그래서일까.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부모들은 더 이상 바라만 보지 않고 태산을 함께 넘어가기로 했다. 아니 태산을 깎아 깊은 골짜기를 메우기로 했다. 지인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바로 그 여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치열한 분투는 부모됨을 넘어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향한 분투이다. 이것이 우리가 그 여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길을 잃고, 길을 열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함께하시게 되었나요?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4년 2월입니다. 제가 저의 둘째 아들이 게이인 것을 알게 된 것이 2012년 12월이었는데, 그때 제 아들은 16살이었어요. 저는 심리상담사였지만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대학원에서도 배운 바도 없고 너무 무지한 상태여서 아는 거라고는 공개 커밍아웃을 했던 연예인 홍석천씨 정도였죠. 그래서 아들에게 “네가 아직 성인도 안됐는데 어떻게 아냐”는 식으로 말을 했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양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자책을 하고 죄책감을 가지시는데, 저도 비슷했죠. 사실 아이가 불행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더 컸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1년을 보내다가 나와 같은 처지의 부모님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에 연락을 해서 성소수자부모님을 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대표이신 하늘님을 만나게 됐죠. 하늘님의 자녀는 당시 장성한 성인이었고, 이미 파트너와 6년째 잘 살아가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렇게 잘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니 그제서야 제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동안 어디에다 얘기할 데도 없고, 얘기를 해도 풀리지 않는 마음에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심리학 교수님도 만나보고 했었는데, 다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상처 되는 말만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그렇게 같은 처지에 있는 어머님을 만나니까 그날로 바로 무거웠던 마음이 확 풀리면서 잠도 잘 잘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이게 자조 모임의 힘이구나’하는 생각에 다른 부모님들에게도 그런 힘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몇몇 부모님들과 함께 부모모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2014년 2월부터 매달 2번째 주 토요일에 거의 쉬지 않고 지금까지 8년 동안 모임을 지속해왔습니다.

 

정기모임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요? 그 밖의 다른 모임이나 활동들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모임은 집단 상담의 형식을 띠지만 구조화하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4시부터 7시까지 항상 3시간 정도 대화를 나눕니다. 사람이 많이 오든, 적게 오든 할 얘기들이 많아서 시간은 늘 모자랍니다. 그래서 가능한 새로 오신 분이 먼저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하죠. 대화의 주제도 매번 달라요. 어느 날은 트랜스젠더 부모님들이 많이 오셔서 그쪽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다른 날은 또 다른 부분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고요. 모임에는 부모님들도 오시지만 당사자들이 더 많이 옵니다. 부모모임에 당사자들이 왜그리 많이 올까 생각했었는데, 당사자들이 오는 이유는 부모님께 어떻게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거나 이미 부모님이 알게 되신 상태에서 마찰이 너무 심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부모님들 이야기도 듣고, 당사자들 이야기도 들으면서 전부 다 눈물바다가 되곤 합니다. 특히 부모님들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자녀도 저렇게 힘들고 외로웠겠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당사자들도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저절로 상호 이해가 일어나고 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게 되죠. 그래서 처음엔 자신은 절대로 못 받아들이시겠다고 하셨던 부모님들이 다음번에 오셔서는 새로 오신 부모님들께 오히려 설명을 해주고 그러세요.

정기모임에 오셨던 분들을 위해서는 저희가 단체 카톡방에 초대해서 여러 관련 자료나 기사, 도움이 될만한 영화나 책 등을 서로 공유합니다. 그리고 정기 모임 외에 2달에 한 번씩 ‘부모모임 티타임’으로 모여서 인권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하고, 종교나 의료 계통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초대해서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들은 운영진이 논의해서 결정하는데, 지금은 11분 정도가 운영위원으로 함께 해주셔서 아주 힘이 납니다. 그리고 분기별로 당사자들이 가족들에게나 학교, 직장 등에서 커밍아웃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커밍아웃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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