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2022.12]10호 2022.12 [ 인터뷰 인물 ]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동행, 청년문간 이문수 신부

평화저널 플랜P
2023-03-09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동행, 청년문간 이문수 신부

 

인터뷰이 : 이문수 신부 (청년문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글·정리 : 김복기(플랜P 발행인)

사진 : 김유승(플랜P 편집장), 청년문간 제공

 

2015년, 한 청년의 고독사에 관한 충격적인 기사를 접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쳐나가고 있는 ‘청년문간 이문수 신부’를 만났다. ‘청년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청년의 위기를 불러왔다. ‘5030클럽에 가입한 나라에서 청년 빈곤이라니 무슨 소린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그를 찾은 것은 빈곤 문제에 있어 사회적 돌봄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청년의 현실을 듣기 위해서였다.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으로 이미 유명인이 되었지만, 한결같은 소탈함과 겸손함은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청년밥상’을 통해 청년 돌봄을 자신의 삶과 신앙적 소명으로,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로 풀어내고 있는 그의 묵직하고도 즐거운 분투기를 만나본다.

 

‘청년문간’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청년문간’은 ‘청년밥상문간’으로도 소개되고 있는데, 명칭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진행하는 활동과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15년 여름, 서울 대학로의 한 고시원에 살던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사망한 지 5일 만에 발견된 사실이 보도됐었죠. 그 뉴스를 보신 한 수녀님께서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끼니를 거르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시면서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만들고 싶어 하셨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계시던 중에 제가 그분이 속한 수녀회 행사에 초대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행사 후 함께 차를 마시면서 수녀님께서 제게 “노숙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식당은 많은데, 청년들을 위한 식당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청년식당 운영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제안이 그해 여름 로마에서 열렸던 저희 글라렛 선교수도회 총회의 결의사항과 연결되면서 제 마음에 깊게 남았습니다. 그 총회의 결의사항 중 하나가 교회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을 찾아보자는 것이었고, 그 결의사항의 영향으로 마침 한국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사도직을 찾고 있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2016년 4월, 제가 속한 글라렛선교수도회의 한국 관구 총회를 통해 청년식당을 운영해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청년식당을 제안해주셨던 수녀님 소개로 한 상담사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하려면 먼저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구조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문화활동가, 그룹홈 운영자, 식당을 해보신 분, 청년 요리사 등 주변 지인들을 모아 2017년 1월경, 8명이 식당 창업을 위한 포커스 그룹을 구성했고, 그중에 4명이 다시 중심 그룹이 되어 청년 관련 단체들과 장소들, 소위 청년들이 좋아하는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면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고, 어느 시점이 되자 이름을 짓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한 분이 문수 신부님이니까 ‘문간’으로 하자고 농담처럼 던진 이름이 모두 좋다고 하여 ‘청년식당문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열면서 페북에 올린 내용을 우연히 보시고, <가톨릭평화신문>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2018년 신년호 일면에 인터뷰 기사가 나오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2호점을 해보고 싶다는 목사님도 찾아오시고 하는 과정에서 다시 ‘청년밥상문간’으로 상표등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구청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제안을 받았는데, 그것이 2019년 수도회 한국관구 총회에서 통과되어 2020년 4월에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즉,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구조이고, 조합원은 모두 신부님들이십니다. 

청년밥상은 현재 정릉점, 낙성대점, 이화여대점 이렇게 3곳이 운영 중입니다. 2호점을 연신내에서 오픈해서 운영하시던 목사님도 CBS방송에 소개되시면서, 지금은 ‘따듯한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7호점까지 내시고, 8호점을 준비 중이십니다. ‘청년문간’은 청년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챙기는 ‘청년밥상’ 외에도 문화공간인 북카페를 운영하고, 작은 독립영화제인 ‘2030청년영화제’,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자서전 만들어드리는 ‘세대공감잇다’, 청년들과 함께 걷는 청년희망로드, 청년환경서포터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과 활동이 많은데, 그 중 ‘2030청년영화제’와 ‘세대공감잇다’가 궁금합니다.

제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건물 옥상에 좋은 공간이 있는데,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0년에 ‘달빛영화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여 1년 만에 상황이 어려워졌어요. 대면 모임이 어려우니 그럼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지원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2030청년영화제’로 포맷을 바꾸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30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3분 분량의 초단편 영화를 찍어서 출품하도록 했습니다. ‘달빛영화제’를 통해 이미 연결됐던 감독분들이 기꺼이 처음 영화를 만드는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해주셨습니다. 2021년 가을에 영화제를 시작하여 원래는 작년 12월에 완성 작품을 상영하려 했지만, 시간을 넘겨 올 초에 통일교육관에서 영화제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마침 당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현장에 참석하여 영화제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그렇게 제1회 ‘2030청년영화제’를 통해 다섯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다행히 영화가 잘 나왔습니다. 덕분에 통일부에서 함께 영화제를 공동 기획해보자고 해서, 올해 4월에 다시 ‘청년평화영화제’를 열어 총 여섯 편의 작품을 상영하였습니다. 이 영화제에는 영화를 전공하는 청년들도 많이 참여하여 ‘평화’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고, 몇 편의 영화는 다른 영화제에도 출품하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청년평화영화제’가 끝나자마자 5월부터 또다시 준비를 시작해, 지난 주말(11월 셋째 주)에 제2회 ‘2030영화제’도 잘 마쳤습니다. 청년들이 편당 사전제작비 100만 원, 후반 제작비 3~4백만 원가량을 지원받아 영화를 만들었고, 매우 뜻깊은 영화제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뜻하지 않게 3번의 영화제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세대공감잇다’는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만들어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글쓰는 청년, 그림 그리는 청년, 중년의 마을 활동가, 어르신이 한 조가 되어 책을 만드는 과정인데, 총 16주간의 일정을 짜서 인터뷰하고, 이를 토대로 자서전을 만듭니다.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글쓰기 교육이나 레크레이션 활동을 병행해나가며, 16주 동안 작업하고 책을 출판합니다. 처음에는 16주가 길다고 느끼는데, 진행하다 보면 오히려 짧게 느껴지고 마지막 편집 작업은 늘 시간이 모자라는 편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초기부터 한 해에 어르신 7분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께서 자서전을 받아 들고는 “내 삶을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며 매우 행복해하십니다. 참여한 모두가 행복하고 뿌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아주 의미있는 프로젝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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