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아닌 생활을 할 권리
김다정(광주쳥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은 국내 최초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2010년에 출범했다. 전국 7개 지부의 약 2천 명의 청년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광주청년유니온은 지난해부터 광주지역 청년 프리랜서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비정형·불안정노동자조직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들어가며 - 예견된 재앙, 인구소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윤곽을 처음 제시한 자리다. 한국의 합계출생룰은 지난해 0.78명으로까지 추락했다. 7년여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런 급박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제시된 대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일으켰고,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구조적 전환을 이끌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하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화두로 올랐다.
지난 대선의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바로 ‘청년’이었다. 누가 더 젊은 정치인인가를 겨루며 청년을 만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자만했다. 청바지에 맨투맨을 입고 유쾌한 콘텐츠도 찍으며 청년 표심잡기에 모든 정치권이 난리였고 다양한 청년전략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 전략들은 면접에서 낙방하며 여성 면접자를 힐긋 바라보는 남성 면접자의 모습이거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시민의 이동권’으로 맞수를 두는 언론, 그리고 그들만의 공정리그를 외치는 담론 등이 전부였다. 특정 성별과 계층을 혐오하고 모욕하는 그러한 왜곡된 공정 담론들은 대선 이후 지금의 청년 세대들을 설명하는 주요 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청년을 흉내만 내는 청년전략이 난무하는 가운데, 2021년 청년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7%,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2022년에도 25%로 역대 최고치, 전 연령층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을 둘러싼 사회지표들은 사실상 우리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을 살 권리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하다. 그래서 냉소가 묻어난 질문을 역으로 던지고 싶다.
‘새삼스레 뭘 이러세요?, 갑니다. 절벽으로’
MZ의 자격
2022년은 ‘대 MZ의 시대’였다. MZ 노조라고 불리는 신생노조들의 설립이 연초 대기업·공기업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었다.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 사무직에 대한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워 커뮤니티 가입 직원이 5천 명에 달하는 등 세를 불려 갔다. 그러나 여전히 막강한 1 노조의 조직력과 교섭권 확보 실패 등의 사업장 내부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동력을 상실한 듯 보였으나, 이들은 각각의 사업장의 담을 너머 MZ노조들만의 협의체를 만든다. 바로 ‘새로고침 협의체’의 탄생기다. 언론과 사회는 이들을 '공정을 위해 싸우는 신세대'라고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은 청년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조직의 주요자리에 청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청년 표심잡기에 앞장섰고, 취임 이후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Z 노조를 주 소통 파트너로 삼았다. 미디어는 에어팟을 끼고 사원증을 목에 건 사무직으로 MZ세대를 이미지화하고 온갖 유행어들을 탄생시킨다.
10년 전 ‘20대 개새끼론’ ‘88만 원 세대’ 등 청년세대를 지칭했던 수식어들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것일까? 소위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반이 청년 세대에게 집중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년 세대를 중요 파트너로 삼은 정부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의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청년 세대 의견 청취에 나선다. 그러나 정부는 비정규직, 파견용역직 등 정규직 울타리 바깥 노동자들은 만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청년유니온을 만났으나 노동부가 만남 전날 일방적으로 비공개 회동을 제안하면서 청년유니온은 면담 전 근로시간 개편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면담이 비공개로 진행된 데 대한 고용부에 유감을 전했다. 반면 같은 날 여당 대표는 새로고침 협의체 간부들을 만나 치맥 간담회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청년노동의 이중구조, 정부의 의견 청취 대상에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없었다. 이 사회가 말하는 청년이라는 단어는 사실 청년 세대의 자격을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사회 어디서도 찾지 않았다. -중략-
생존이 아닌 생활을 할 권리
김다정(광주쳥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은 국내 최초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2010년에 출범했다. 전국 7개 지부의 약 2천 명의 청년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광주청년유니온은 지난해부터 광주지역 청년 프리랜서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비정형·불안정노동자조직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들어가며 - 예견된 재앙, 인구소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윤곽을 처음 제시한 자리다. 한국의 합계출생룰은 지난해 0.78명으로까지 추락했다. 7년여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런 급박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제시된 대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일으켰고,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구조적 전환을 이끌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하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화두로 올랐다.
지난 대선의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바로 ‘청년’이었다. 누가 더 젊은 정치인인가를 겨루며 청년을 만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자만했다. 청바지에 맨투맨을 입고 유쾌한 콘텐츠도 찍으며 청년 표심잡기에 모든 정치권이 난리였고 다양한 청년전략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 전략들은 면접에서 낙방하며 여성 면접자를 힐긋 바라보는 남성 면접자의 모습이거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시민의 이동권’으로 맞수를 두는 언론, 그리고 그들만의 공정리그를 외치는 담론 등이 전부였다. 특정 성별과 계층을 혐오하고 모욕하는 그러한 왜곡된 공정 담론들은 대선 이후 지금의 청년 세대들을 설명하는 주요 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청년을 흉내만 내는 청년전략이 난무하는 가운데, 2021년 청년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7%,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2022년에도 25%로 역대 최고치, 전 연령층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을 둘러싼 사회지표들은 사실상 우리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을 살 권리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하다. 그래서 냉소가 묻어난 질문을 역으로 던지고 싶다.
‘새삼스레 뭘 이러세요?, 갑니다. 절벽으로’
MZ의 자격
2022년은 ‘대 MZ의 시대’였다. MZ 노조라고 불리는 신생노조들의 설립이 연초 대기업·공기업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었다.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 사무직에 대한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워 커뮤니티 가입 직원이 5천 명에 달하는 등 세를 불려 갔다. 그러나 여전히 막강한 1 노조의 조직력과 교섭권 확보 실패 등의 사업장 내부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동력을 상실한 듯 보였으나, 이들은 각각의 사업장의 담을 너머 MZ노조들만의 협의체를 만든다. 바로 ‘새로고침 협의체’의 탄생기다. 언론과 사회는 이들을 '공정을 위해 싸우는 신세대'라고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은 청년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조직의 주요자리에 청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청년 표심잡기에 앞장섰고, 취임 이후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Z 노조를 주 소통 파트너로 삼았다. 미디어는 에어팟을 끼고 사원증을 목에 건 사무직으로 MZ세대를 이미지화하고 온갖 유행어들을 탄생시킨다.
10년 전 ‘20대 개새끼론’ ‘88만 원 세대’ 등 청년세대를 지칭했던 수식어들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것일까? 소위 너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반이 청년 세대에게 집중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년 세대를 중요 파트너로 삼은 정부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의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청년 세대 의견 청취에 나선다. 그러나 정부는 비정규직, 파견용역직 등 정규직 울타리 바깥 노동자들은 만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청년유니온을 만났으나 노동부가 만남 전날 일방적으로 비공개 회동을 제안하면서 청년유니온은 면담 전 근로시간 개편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면담이 비공개로 진행된 데 대한 고용부에 유감을 전했다. 반면 같은 날 여당 대표는 새로고침 협의체 간부들을 만나 치맥 간담회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청년노동의 이중구조, 정부의 의견 청취 대상에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없었다. 이 사회가 말하는 청년이라는 단어는 사실 청년 세대의 자격을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사회 어디서도 찾지 않았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