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2023/09]13호 [이슈] 공론장 운동이 필요한 이유

평화저널 플랜P
2023-11-29


공론장 운동이 필요한 이유

 

글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

 

우리는 행복한가?

국가와 기업은 놀랄 만큼 성장했다. 수명도 많이 길어졌고, 우리의 삶도 전보다 훨씬 윤택해졌다. 그러나 우리 삶은 전보다 행복감보다는 외로움과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유적(類的) 동물이고, 사회적 동물이다. 삶의 터전을 기반으로 무리 지어 삶을 영위해왔다. 그렇게 공동체 속에서 심리적, 정신적, 경제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국가가 만들어지고, 국가에 의해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고부터, 우리 삶의 근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을 터전 삼아 살아왔던 공동체는 흩어지고, 이제 도시라는 낯선 곳에서 고독한 개인들로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자들은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일자리를 얻어 그곳에 코를 박고 살아가지만, 다수는 루저(loser)가 되어, 불안과 고독이 일상화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의 피와 땀으로 국가와 기업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제 국가가 나서서 우리 삶을 돌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선거 때마다 그런 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우리 삶의 질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친밀성을 유지했던 삶의 공간이 해체되고 파괴되면서, 심리적인 안정과 소통기회마저 상실한 젊은 루저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표출하기 시작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국가와 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정작 경쟁과 배제, 불만과 분노, 불안만 가득한 지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부국강병(富國强兵)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국가 이념을 믿고, 수 대에 걸쳐 국가 건설과 발전에 동원되었던 사람들, 기업이 잘되면 우리 삶도 안전하고 윤택해질 것이라고 믿었던 산업의 역군들, 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된 세상이 되면, 훨씬 평등하고 자유로운 나라가 만들어질 거라 확신했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 하지 않았느냐’며 청구서를 국가와 기업에 들이밀고 나섰다.

그러나 벌써 세계화된 기업은 이제 더 이상, 국민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언제고 행사할 것으로 믿었던 국가는 이제 예산 확보를 위해 기업에 손 벌리고,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대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거란 오래된 믿음에 익숙한 국민은 여전히 모든 것을 국가를 향해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을 욕하고,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을 갈아치우고, 청원으로 국회와 청와대 게시판을 도배하고, 정치인의 비리와 무능을 성토하고 있다.

국가주의적 가치와 국가 의존적 태도가 시민운동, 협치, 사회적 경제, 민주시민교육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깊이 배어 있다. 시민운동, 시민단체는 삶의 현장에서 삶의 주체인 시민과 함께하며, 시민 스스로 시민성을 키우는 과정을 배치하기보다, 아직도 민주국가 건설을 최상위 목표로 삼고, 시민단체 스스로 정한 국가적·정치적 의제에 올인하고 있다. 소위 ‘시민없는 시민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협치, 거버넌스란 이름으로 행정과 시민이 광범위하게 결합하고 있으나, 주체 대 주체로서의 결합은 찾아보기 어렵다. 협치 의제, 구성, 절차 어느 것 하나 협의나 합의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행정이 결정하고, 시민은 동원될 뿐이다. 사업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면서, 행정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는 높아지고, 시민의 자율성은 오히려 약화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성과는 고스란히 행정력 강화에 기여할 뿐이다. 협치(協治)라는 명분하에 이뤄지는 대표적인 통치(統治)행위다. 사회적 기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 역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허울뿐인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지자체장이 바꿔 지원이 끊기면 그날로 문을 닫아야 하는 사회적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정부 위탁사업으로 ‘민주시민교육’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대체로 진보적 국가관에 기반해서, 민주주의 이념과 역사, 한국민주주의 전개과정 등 이념적·관념적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삶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기 이전에 주민으로 혹은 시민으로 스스로 권력의 주체로 성장하는 실질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략-

 



(031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상가 5층 500호 공익경영센터 내|대표자 : 김복기
사업자 등록번호 : 749-91-01290|Hosting by (주)아임웹
전화 : 02) 6339-2272|이메일 : pjplanp@gmail.com이메일 복사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JPlanP

인스타그램  @pjplanp

Copyright © 2021 평화저널(peacejournal.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