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2021.06][배움]평화의 언어를 배우는 방법

평화저널 플랜P
2021-08-13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겪은 일이다. 그날은 청년부가 교회 건물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당시 나는 한국의 한 NGO 단체에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족이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 청년부에 참석해 달라고 초대했고, 나는 젊은 열정으로 봉사하겠다고 마음먹고 함께 하기로 했다.

그 교회의 청년부는 아주 활발했기 때문에,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한 가지씩 맡아서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갑자기 큰 소리로 “일동 집합”이라고 말씀하셨고, 다른 청년들도 똑같이 큰 소리로 대답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줄을 만들었다. 이후 목사님이 바닥을 가리키면서 짧게 한마디 하시자, 청년들이 빗자루를 들고 말없이 청소하기 시작했다. 군대 문화가 덜 강요되는 전통적 평화교회에서 자라난 캐나다인으로서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냥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 사이에 바닥은 깨끗이 닦여 있었다. 청년들은 목사님의 말씀에 대해서 아무런 부정적인 반응이 없었지만, 나는 기분이 아주 묘했고 충격을 받았다. 물론 분명히 군대적인 문화를 통해서 빨리 청소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군대와 전혀 관련 없는 공간인 교회 안에서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나에게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물론 세상 어디를 가든 군사주의의 영향을 볼 수 있지만, 한국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를 볼 때 일상생활에서 군사주의의 영향과 평화 감수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 군사주의의 문화가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평화의 언어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언어 교육자이자 학습자로서 나는 우리가 언어학을 통해서 '평화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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